살면서 외로움은 피할 수 없다. 내가 경험한 슬픔,좌절,분노,상처,실망,낙심중에서도 외로움은 극복하기가 버겁다. 어디를 둘러봐도 마음 둘 곳이 없다. 사람이 그렇게 생겨먹었을까. 아니면 나만 유달리 힘든 걸까. 이 화사한 봄날에 나는 왜 쩔쩔매고 있을까.
직업의 특성상 연구자는 늘 혼자 산다. 교수는 연구실에는 독립적인 공간이 존재한다. 출근하여 연구실 문이라는 동굴에 들어가면 퇴근까지 그 속에 동굴에 닫혀있다. 그렇다고 늘 혼자 있지 않는다. 나 같은 경우 문이 늘 열려있고 학생들이 수시로 들어오고 같이 토의하고 논문을 같이 쓴다. 하루종일 사람들과 씨름하다 퇴근할 때면 마음도 머리도 멍해진다. 그게 일상이지만 집에 오면 혼자다. 쉬는 공간이 필요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외로움이 스미어 온다. 지쳐 회복할 공간이 역설적으로 외로움으로 스미어온다. 이것이 나의 한계인가.
외로움은 혼자라는 것. 같이 할 사람이 없다는 것일까. 내 주위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왜 외로울까. 내 마음속에 공유할 공간이 없다는 것일 것이다. sole mate라는 말이 마음을 공유할수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의미한다면 그래서 나는 외로운 것이다. 살면서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공유의 공간이 작아진다. 그렇게 공유할 공간이 다 없어지면 그때 죽는 것일까.
어렸을 때 친구들이 있었다.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마음 터놓고 이야기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멀리 떨어져 있다가 다시 만나도 포근한 마음이 있었다. 그런 친구도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마음이 소원해졌다. 나만 좋다고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손뼉도 같이 맞추어야 소리가 나는 법이니.. 사람의 관계는 시간이 지나면서 좋아지는 것보다 나빠지는 것이 인간의 삶인가보다. 자의든 타의든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기적처럼 보인다. 하기야 원래 모두 죄인이다. 그래서 사람관계도 더 나빠지기가 더 쉽다. 더구나 사람관계가 이득을 우선하는 조건이라면 좋은 관계를 가져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좋은 관계라도 이 관계에서 이득을 취하고 나면 언제든지 버릴 수 있고 또 이득이 없다고 판단하면 언제든 그 관계를 버릴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나에게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연인관계도 따지고 보면 그렇다. 인간은 원래 자기 기준에서 가치 판단한다. 동물은 페르몬에 충실하지만 사람은 거기에 이득을 따져 페르몬과 이득을 저울질한다.
불행히도 여전히 남아있는 것은 외로움이다. 동물은 혼자 있으면 죽는다. 그런데 인간은 불행히도 외로움으로 남아 있다. 외로움은 오롯이 인간의 몫이다. 나도 벌써 많이 살았다보다. 사랑하는 사람도 친구도 동료도 다 멀어지고 또 그나마 남아있는 동료도 조만간 멀어질 것이다. 그 외로움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