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라면 왜 난 연구를 잘 못하지?라는 질문을 피하지 못한다. 주위를 보면 나보다 연구를 더 잘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다른 사람들 논문을 읽다보면 어떻게 새로운 생각을 해낼 수 있지?하고 궁금해진다. 내가 잘 아는 일본의 젊은 교수가 우리 논문을 보고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해냈는지 궁금해 물어본 적이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런 질문은 모든 사람들의 화두임에는 틀림없다. 단순히 대학원생뿐만 아니라 다른 동료 교수들한테도 서로 잘하는 사람들에 대한 궁금이기도 하다. 상대적으로 왜 나는 잘 못할까를 스스로 자책하기도 한다.
첫 번째 느낌은 연구 잘하는 사람이 더 머리가 나보다 더 좋다는 것이다. 그럴까? 물론 상대적으로 나보다 당연히 더 머리 좋은 사람이 있다. IQ 척도가 절대적으로 있는 것처럼. 난 IQ 지수가 얼마인지 재 본적이 없지만 짐작하건대 아마 난 평균적인 사람일 것이다. 사람이 사는데 있어서 특별한 지적 장애자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잘하는 사람들에게 성공 그 외의 변수가 존재한다. 내 경우 내 어머니한테 물려받은 건강과 성실이 나를 지금까지 버티는 힘이다. 그리고 그 이외에도 책을 읽는 습관, 글을 쓰는 습관, 정직함 이런 것들이 나를 이끌어준 힘이다. 그것이 이나마 지금까지 나의 연구를 지키는 힘이다.
노벨상 수상자들의 평균 IQ 지수가 100 초반이라는 것이 연구를 잘하는 척도가 단순히 머리가 아니라는 것을 암시해준다. 어ᄄᅠᆫ 사람은 연구결과가 정말 좋은데 말하는 것을 들으면 멍청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 반대로 저 사람 정말 진짜 머리 좋은 사람처럼 보이는데 실제 연구는 엉성하다. 결과적으로도 신통치 않다. 말만 들어도 청산유수다.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처럼 보이는데 잘 아는 것하고 연구 잘하는 것하고 다른 경우가 허다하다. 연구에 대한 열정이 없으면 그 좋은 머리를 다른 곳에 허비한다. 내가 아는 사람은 정말 머리 좋은 교수지만 연구는 꽝이고 주식박사다. 실제로 돈도 많이 번다. 하기야 정치 토론을 들으면 우리사람들 모두 머리가 비상한 것처럼 보인다. 모두 머리좋고 말도 잘한다. 그런데 연구하고는 다른 재주인 것이다.
그럼 평균의 우리가 어떻게 연구를 잘 할 수 있지?
좋은 연구논문을 만들기 위해는 많은 과정이 필요하다. 연구분야가 다르지만 학제학문분야의 경우 같은 공통의 연구주제로 목표를 잡아도 다양한 연구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소위 nature 나 science 저널 논문을 제출하는 경우 단순히 기초 연구 이해뿐만 아니라 응용까지 가능성을 들여봐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연구자가 공동작업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연구자의 서로 신뢰가 정말 중요하고 연구자간 복잡한 인간관계를 극복해야 결과적으로 좋은 논문을 쓸 수 있게 된다. 나만 잘한다고 잘 하는게 아니다. 조직관계 같은 것이다. 유발 하라리가 알고리즘을 언급한 것처럼 논리의 연결고리를 잘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커피 머신을 이용해 커피를 마시려면 몇가지 최적화된 단계가 필요하다. 만드는 기계도 최적화된 논리 알고리즘이 필요하고 그 기계를 만들어도 커피 빈, 물, 우유을 주입하고 어떻게 섞을지 단계를 만들어야 최종 커피가 나온다. 이런 최적화 과정없이 결과가 없다. 골프에서 드라이브를 칠 때 많은 생각을 한다. 먼저 목표를 설정하여 방향을 정하고 기마자세를 고정하고 백스윙 거리정도, 허리틀기 정하기, 스윙 속도, 공치기 집중 등 많은 단계가 필요하지만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것도 알고리즘이다. 이것을 위해서는 피나는 연습이 필요하다. 사람은 게을러서 훈련하지 않으면 무의식적으로 순간적인 그 많은 단계를 만들어 낼 수 없다. 한번 삐끗하면 공은 이상한 곳으로 간다. 좋은 논문을 위해서는 많은 단계가 필요하다. 논리가 필요하고 실험과정동안 그 많은 단계를 하나씩 만들어내야 한다. 하나를 빼내도 완성이 안 된다. 그래서 성실이 필요하다. 그래서 시간과의 싸움이다. 엉터리 데이터를 요리할 수는 없다. 그래서 정직이 필요하다.
이런 알고리즘을 만들어내도 여전히 왜 연구 효율이 올라가지 않을까?
여전히 또 다른 알고리즘의 부재이다. 연구훈련하는 동안 연구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지치기’의 알고리즘이 필요하다. 개인 각자 살면서 크고 작은 일들이 필요하다. 가족관계, 친구관계, 애인관계등 사실 연구라는 최적화된 알고리즘을 만들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친구가 보자고 하면 식사도 하고 술도한다. 가족도 만나야 한다. 애인도 만나야 한다. 그런데 과연 연구자로서 과연 최적화된 알고리즘일까? 때로는 가지치기가 필요하다. 이런면에서 이 알고리즘은 개인의 가치관과 관계있다. 가지치기의 우선순위가 결정된다. 이를 위해서 스스로 가치판단을 먼저 결정해야 한다. 교수들도 어떤 사람은 연구는 적당히 하고 가족의 관계를 최고의 가치로 내세운다. 대학원에 들어가 박사학위를 얻는다는 것은 연구자가 되기를 다짐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가지치기하지 못하면 성공하는 연구자가 힘들다. 최적화된 알고리즘을 만들어 낼 수 없다.
그런 힌트는 있을까?
사실 어렵다. 논리는 맞지만 실제 가지치기를 통해 최적의 알고리즘을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또 자신이 잘 실천하고 있는지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간단하다. 결과적으로 연구의 progress가 있고 productive 한 연구결과를 만들어내고 있으면 실천하고 있는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다.
가장 쉬운 알고리즘은 매일 출근하고 노란 스티커에 그날 하루 해야할 일을 우선순위를 적어놓고, 하루가 끝날 때 얼마나 진행했는지 점검하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자기가 집중해서 일을 했는지 분명히 보인다. 이런 것들이 알고리즘이다. 그렇게 하나씩 하다보면 언젠가 자기도 좋은 연구자로 변해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