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2020 구정은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휴일이라서 그런지 너무 긴 느낌이다. 어머님께서 며칠 전에 오셨지만 누님 매형도 건강이 좋지 않은지 못 오시겠단다. 미국있는 막내는 늘 멀리 있고 전주에 있는 가까운 동생도 혼자만 올라왔다. 여러가지 이유로 가족이 모두 못 온다. 누나 아들만 아이들 데리고 모두 왔다. 아이들 때문에 부산했지만 전보다 확실이 한가한 느낌이다. 명절의 느낌이 없다. 꼬맹이들 오후에는 가버리고 저녁에는 동생도 가버리고 남은 것은 그냥 우리뿐..
금요일 오전에 학교에 가려고 했지만 심장이 불편한지 무기력으로 쉬어야 했다. 마음 상처에 취약하다. 2020년들어 마음고생들이 많아선지 심장이 못 버틴다. 어제 일요일 오후에 일을 마무리 오늘 월요일 출근했지만 아직도 시원치 않다. 그래도 버틸만하다. 뜨거운 차를 계속 마시니 몸이 더워지고 풀린 느낌이다. 막상 일하려고 하니 미진할 일이 많이 남아있는데도 다들 출근하지 못하니 논문 일을 계속할 수가 없다. 어제 오늘 성규만 나와있다. 성규는 시골도 안 갔는가 보다. 동양학생들은 모두 구정으로 돌아갔으니 한가함도 그럴법하다. 서양학생들도 안 오기는 마찬가지다. 하긴 요즈음 학생들은 연구에 대한 절박함이 없다. 시간이 느리면 느린 대로 그냥 가면 된다. 락 아들이 잠깐 들어와 있다. 전에는 수줍어하고 말하지 못했는데 이젠 스스럼없이 나한테 인사한다. 말도 많이 늘었다. 올해는 초등학교 입학이니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다. 글을 연습하는데 아직 어수룩하다. 영어 베트남 한국어 모두가 섞여있어 초기에서 혼란스러울 것이다. 말이 아직도 더듬거린다. 그래도 계속 말을 한다. 그 동안 학교 내 물고기에 관한 이야기, 레고 이야기들 끝이 없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것이다. 나는 언제나 익숙해질까.. 아마도 절대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건망증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 What the hell..
아침에 출근하면서 떡, 한과, 쿠키등을 간식을 가져와 점심을 먹으니 정말 간편하다. 오후는 아주 조용하다. 모처럼 티몰리 라디오를 켜서 KBS 클래식을 들으니 너무 한가롭다. 점심의 클래식 소품들이 너무 평화롭다. 아베마리아, 경쾌한 피아노 소리가 너무 기분 좋아 콧소리를 만들어낸다. 창 밖의 하늘은 금방 비가 올 것 같이 우중충해 보이지만 클래식소리가 내 기분을 압도한다. 얼마만의 한가함일까? 왜 아직까지 일이 많을까? 누구 말처럼 난 아직 마음을 버리지 못하는 것일까? 나이 들면 하나씩 버려야 한다는데 과연 그래야 하는 걸까? 무엇을 버린다는 것일까?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가져가야 하는지.. 어렸을 때 보았던 천국에 가져가야 할 천사의 선물은 나게 무엇일까.. 내가 가져갈 선물 보따리는 하나님에 대한 찬양일진데 나는 그럼 매일 그 분께 영광 돌리는 삶을 살고 있는지.. 난 아직도 마지막 가져갈 보따리는 채워져 있는지..
아직도 모르는 게 내 인생이지만 그래도 오늘 라디오 클래식은 내 마음의 여유가 느껴진다. 이런 것이 나의 소소한 행복이 아닐까.. 적어도 지금 순간은. 힘들어도 아무리 바빠도 가끔은 소소한 행복을 찾고 싶다.. 나만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