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하지만 화창한 일요일 오전 보스톤 공항이다. 한가함이 느낌으로 묻어난다. 지난 일주일동안 찌푸둥한 구름 또 눈이 모처럼 많이 온 탓이라 그런지 느낌으로도 평화로운 느낌이다. 날씨가 사람의 기분을 변화시킨다.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없다. 내가 갖고 있는 사고, 성찰, 분노, 즐거움, 사랑이라는 모든 것도 그냥 화학결과라는 것, 그냥 날씨라는 것도 나를 늘 바꾼다. 도대체 나라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그렇게 집착하는 것도, 가치라는 것도, 모든 변화하는 것을 그냥 어떻게 해석해야할까. 사는 것이 그리 부질없는 것일까. 더군다나 시시각각 변화는 인간 군상들의 마음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렇게 매일같이 집착하는 것들, 외로움, 절망, 아픔, 분노, 미움, 질투, 슬픔, 사랑 이런 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내가 추구하는 가치란 것들 모두..
일주일 동안 정신없이 또 지나갔다. 일요일 도착한 후 거의 잠만 잤다. 일요일, 월요일 거의 잠만 잤다. 몸은 늘쭉 날쭉이다. 머리가 아프고 몸이 사방으로 아프다. 출발인 오늘이라야 겨우 겨우 회복된 것 같다. 목의 통증이 없어졌다. 가끔 정신 차리면 밀린 일 논문 쓴 것 외에는.. 내가 아는 모든 것들로부터 격리가 가능하기나 한 걸까.. 그렇다고 영원히 잘 수도 없다... 내가 짊어지고 있는 삶에서 벗어날 수 없다.. 연구라는 것도.. 가치가 있기나 한 것일까. 아님 이것조차 화학적인 결과라는 것도 벗어날 수 없는 것일까.. 어제 갔던 퀸시 퓌쉬마킷이 처음에는 생소해 보였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언젠가 갔던 곳이다. 내 기억 저머 어딘가에 있었다. 기억이라는 것도 무엇일까. 어느 쪽에 저장되어 있던 곳이 지워진게 아니고 그저 있던 저장소가 다시 연결되어 다시 기억을 되살리는 것처럼 보인다. 소멸된 것이 아닌 것이다. 다시 냅스와 시냅스가 다시 연결된 것처럼... 아니면 저장체도 그냥 연결된 시냅스일 뿐이다.
시간이 흘러 내 뇌가 손상된 이후 이번 주가 2년째이다. 이때쯤이면 회복할 만큼 지나 앞으로 변하지 않는단다. 이번주 내가 그냥 잠만 탓인지 말 연습안해도 말이 잘 된다. 이정도로 충분한 것일까. 아니면 또 잠이 부족하면 다시 버벅대는 시간으로 돌아갈까.. 그러나 내가 기억해야할 것은 humility 임에는 변함없다. 그렇게 스스로를 격리하고 싶어도 본능적인 화학적인 작용인지 물리적인 관성인지 알 수 없지만 내 몸은 여전히 필요한 일들을 찾아낸다. 신기하다. 머릿속에는 돌아가면 해야 할 많은 일들이 머리 속에 정리되어 있다. 본능이라는 것도..
의사가 예상했던 회복도 이제 끝이라니 이제 더 이상 징징거릴 수 없다. 나는 그냥 나일 뿐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그냥 갖고 가야한다. 부족해도 나이니 그냥 가야한다. 더 이상 징징거리지 말자. 소리가 가끔 새 나가지만 다시 물어보면 될 일이다. 핸디캡 사람도 배려하는 것처럼.. 나는 나일뿐.. 부족하더라도 그냥 받아들이자. 논리적인 사고도 충분하다. 말하는 것도 말할 수 있으니 충분하다. 오히려 집중하는 능력이 늘었다. 스스로 부족하는 것을 보충하기 위해 노력하는 결과다. 그래 모두 감사할 일이다. 이년전 그때의 상황을 기억하면 지금은 이미 기적이다. 이미 정상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징징대지 말자. 겸손을 매일같이 받아들이면 그만이다. 늘 하던 것처럼 말 연습하고 잘 안되면 겸손으로 받아들이면 그만이다. 언제부터인가 내 뇌가 정지해도 내 심장이 멈추어도 그때까지 가면 그 뿐이다. 내 화학적인 변화, 물리적인 관성에 충실하면 그 뿐이다. 싸우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절망하고, 즐거워하고, 슬퍼하고, 외로워하고, 살다보면 위로받을 때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