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두완벽(坡肚阮癖)’ 특별기증전 개최 (2020.9.18 ~ 2021.5.31.)
-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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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9-17
성대박물관 《파두완벽(坡肚阮癖)》특별전 개최
소동파의 마음과 김정희의 예술혼
검여 유희강을 오마주한 현대작가들의 법고창신(法古創新)도 눈길
성균관대학교박물관(관장 조환)이 준비한 2020년 전시의 제목은 《파두완벽(坡肚阮癖)》으로, 파두완벽은 소동파(蘇軾 東坡, 1037∼1101)의 마음과 추사 김정희(阮堂 金正喜, 1786∼1856)의 예술혼이라는 뜻으로 검여 유희강(劍如 柳熙綱, 1911∼1976)선생이 즐겨쓰신 소완재(蘇阮齋)라는 호의 뜻을 검여 선생이 스스로 풀어 쓴 구절이다. 이번 전시는 본교의 전신인 명륜전문학교 출신으로 추사 이래 최고의 명필이라고 평가 받고 있는 검여 유희강 선생님의 작품을 전시한 2019년 《검무(劍舞)》展에 이은 두 번째 기증전이라 더욱 의미가 있다.
‘파두완벽’은 소동파가 추구한 자유로운 예술세계인 ‘상의(尙意)’를 표현한 ‘파두(坡肚)’와 추사 김정희의 ‘문자향서권기(文字香書卷氣)’를 나타낸 ‘완벽(阮癖)’을 이어받아 검여 선생이 추구한 창출한 예술세계이다. 검여가 쓰러지기 전인 무신년(1968) 봄에 인권변호사이며 감사원장을 역임한 서실 사백 한승헌 변호사의 두 번째 시집 발간을 축하하며 써준 우수서(右手書; 오른손 글씨) 시기의 작품이다. 검여는 글귀하나에도 선배 예술가를 향한 숭앙(崇仰)의 마음과 후학을 향한 실천의 뜻을 담아 예술혼을 불태웠다. ‘추사 이후 최고의 명필’, ‘불굴의 예술혼’이라 불린 검여의 생애는 1968년 뇌일혈로 쓰러져 오른손이 마비된 이후에도, ‘좌수서(左手書; 왼손 글씨)’로 34미터 필생의 역작 <관서악부>를 탄생시킬 만큼 한편의 극적인 일화를 남겼다. 성균관대박물관은 유족분들의 무상기증을 통해 200여 년 전 신광수와 강세황을 필두로 한 풍류문학을 재조명했고, 이번 전시에서는 1,000년을 가로지른 시공의 대서사시를 엮어내는 최고의 기회와 만나게 되었다.
기증받은 작품들은 공개되지 않은 습작 혹은 미완성작으로 치열한 예술혼이 깃든 검여 선생의 작품세계를 잘 표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검여 선생이 소장했던 소동파의 〈백수산불적사유기(白水山佛跡寺遊記)〉(1095)가 최초로 공개된다. 그밖에 완당의 작품과 함께 이를 계승한 검여 선생님의 문자향서권기가 베어 나오는 미공개 및 대표작들도 선보인다. 전인(全人) 예술의 가치를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자세로 재해석한 현대작가 남주 선화자, 상산 박영현, 신영훈, 신제현, 신학, 연당 지은숙, 이동환, 정연두, 조환 등의 서예·판화·동양화·설치·미디어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예술혼을 신화화시킨 감동적인 스토리는 예술혼을 이어받은 9명의 현대작가들을 통해 계승되었다. 검여가 소동파와 완당을 자신의 예술 안에서 구현했듯이, 오늘을 사는 작가들은 소동파·완당·검여를 다시금 요청함으로써 ‘소완재가 과거의 이름이 아닌 전하여 통하는[傳統] 미래의 통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검여가 소동파와 완당을 깊이 이해하여 계승한다는 자부심이 있었듯이, 이들을 오마주한 9인의 작가들은 서예·한국화·판화·조각·미디어·퍼포먼스라는 오늘의 언어로 소완재를 재소환하였다. 검여가 쓰러지기 전인 1967년 《사상계》에 발표한 <완당론>이 오늘의 작가들에 의해 <검여론>으로 재편된 것이다. 우리는 검여를 소동파와 더불어 완당을 계승하고, 동서고금을 오늘에 되살려낸 천재이자 지적 유머를 갖춘 전인 예술가라고 평해야 할 것이다. 이들은 문인정신의 가치 속에서 소동파와 완당을 계승·발전시키면서, 옛 것을 답습하기보다 존숭의 마음을 창조의 원형으로 삼고자 했다. 이는 전통과 첨단의 조화를 추구해온 성균관대학교의 건학이념이 갖는 가치와 맥을 함께 하며, 검여 선생님의 정신적 유산을 예술적 실천을 통해 이어가려는 의지를 담았다고 할 수 있다. (전시관람 문의 및 예약 ☎760-1216, 1322, 주말, 공휴일 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