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취보다 푸른 백옥보다 맑은:명품도자100선(~12.24)
- 통합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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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2-12
도자사(陶瓷史) 전반을 아우르는 ‘명품컬렉션’에 주목
성균관대학교 박물관(관장 이준식)이 ‘비취보다 푸른, 백옥보다 맑은-名品陶瓷 100選’이라는 주제로 지난 50년간 수집해온 고려·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청자와 분청자 그리고 백자 유물들을 공개한다. 오는 22일(월) 오전 11시 개막식을 시작으로 12월 22일까지 열리는 박물관 기획전에서는 100여종에 달하는 명품도자와 함께, 현존하는 최고·최대의 글씨라고 알려진 우암 송시열(尤庵 宋時烈, 1607-1689)의 대자첩(大字帖)이 병풍형태로 재구성돼 최초 공개된다.
박물관은 지난 10년간 중점적으로 국내 최고의 도자 전문가인 윤용이 명지대학교 석좌교수의 자문을 얻어 한국 도자사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다양한 성격의 명품도자 수집에 박차를 가해왔다. 현재 박물관의 도자컬렉션은 문방사우·초상화 등의 조선시대 선비유물, 고문서·탁본 등과 더불어 대학이 자랑할 만한 대표 유물이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100여점의 도자기가 다양한 테마로 분류·전시되며, 지정문화재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청자개구리형연적(靑磁蛙形硯滴)>, <상감청자국화문과형병(象嵌靑磁菊花文瓜形甁)>, <청화백자용문호(靑華白磁龍文壺)>, <백자청화‘제’명사각제기(白瓷靑畵祭銘四角祭器)>, <백자‘천지현황’명발(白瓷‘天地玄黃’銘鉢)>등이 공개된다.
13세기 제작된 <청자개구리형연적>은 작은 청개구리가 넓은 연잎 위에 솟은 수구(水口)를 잡고 있는 비색(翡色)시대의 절정을 이루는 상형(象形)청자다. 산화철 안료로 또렷한 눈동자를 표현해 생동감을 더하며, 유약·문양·형식 등으로 보아 유천리 가마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상감청자국화문과형병>은 참외모양의 몸체와 흑백상감의 국화절지문(菊花折枝紋)이 조화를 이루는 상감청자로 비색이 살아있는 드문 예에 속한다. 전북 부안 유천리 가마에서 생산된 것으로 추정되며,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국보 114호 청자상감국화모란문과형병과 견줄만한 명품으로 평가된다. 왕실도자를 생산한 분원리 관요에서 제작된 <청화백자용문호>는 완벽한 기형과 선명한 문양표현을 갖춘 19세기 전반의 전형적인 용준(龍嶟)이다. 정조 재위 말엽인 1780~90년대의 작품인 <백자청화‘제’명사각제기>는 사각형 윗면과 안상(眼象)이 투각된 받침을 지녀 큼직하고 잘생긴 명품(名品)으로 꼽히며, 담청을 머금은 청백색의 유색과 선명한 ‘제(祭)’자가 잘 어우러진 왕실용 제기이다. ‘천(天)’ ‘현(玄)’ ‘황(黃)’이란 글자가 음각으로 들어가 있는 <백자‘천지현황’명발>은 󰡔천자문(千字文)󰡕의 글자에 맞추어 이름을 붙였던 궁궐 창고, 또는 제작순서 등 당시 관요의 운영체계에 따라 제작된 것이다. 15세기 말에서 16세기 중반 사이에 만들어진 것으로, ‘지(地)’가 빠진 것이 아쉬우나 천지현황(天地玄黃) 한 세트가 거의 온전히 갖추어진 예로 주목된다.
이번 전시의 특징은 대학박물관답게 도자역사 전반을 아우르는 탄탄한 전시구성과 교육효과에 있다. 이 기획전에서는 ‘청자-분청자-백자’로 이어지는 한국도자사의 발전과정을 시기·형태·주제에 따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교육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청화백자의 전시구성을 ‘백자, 산수를 품다’, ‘백자, 염원을 담다’, ‘백자, 낭만을 입다’로 나누어 조선후기에 담긴 풍류정신을 스토리텔링화하는 작업을 시도한다. 또한 조선시대 유교를 대표하는 제례와 선비문화를 ‘제기(祭器)’와 ‘문방구’로 나누어 ‘명품 속 작은 전시’로 꾸몄다. 도자 제기들과 함께 공개되는 청동제기는 성균관 문묘제사[釋奠]에서 실제로 사용되던 것으로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은 것이다.
청자에서는 생성-발전-소멸의 과정을 통해 비색청자 및 상감청자시대를 아우르는 화려한 미감과, 분청자에서는 소박하면서도 단아한 시문기법을 통해 자유분방한 문양에 담긴 시대의식과 만날 수 있다. 백자는 조선 전기 분청자의 유행 속에서도, 경기도 광주일대에 관영도자기공장인 ‘분원(分院)’이 만들어져 ‘어기(御器)’로 사용할 만큼 고품질의 명품자기로 제작되었다.